성서의 거울 앞에

2017-06-04 성령강림절

ViaNegaTiva 2017. 6. 4. 15:09

2017/ 6/ 4 성령강림절


본문 - 사도행전 2:1 ~ 21


https://youtu.be/ZFQEfyDjUCs = '클릭'하시면 설교영상을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 에밀놀테 '오순절')



'성령공동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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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계 교회가 함께 지키는 성령강림절입니다 예수의 승천 이후 기도하던 120명에게 성령께서 임하셔서 교회와 선교의 역사를 열어내신, 쉽게 말해서 예수를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함께 신앙의 자리를 지켜내는 이들에게 성령이 임하신 사건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2

하나님의 영이신 성령이 각 사람에게 찾아와 임하셨다는 것을 성경에서 읽고는 있지만, 그리고 오늘 교회의 시대를 성령께서 열어가고 계심을 고백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성령은 우리 안에서 신기루 처럼 잡히지 않는 하나님이십니다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어떤 식으로 일하시는지 구체적으로 잡히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막연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성령은 지금 이 순간 우리 가운데 거하고 계시는 것이 분명할까요 ? 그렇다면 우리는 또한 어떻게 성령이 함께 하심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


3

2천년전 오늘 성령의 강림하심을 경험하였던 그 날로 돌아가봅시다

예수를 따르던 제자들과 무리들이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가늠해 볼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지나왔습니다 스승 예수가 이스라엘 대중이 모두 보는 앞에서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는 순간을 무력하게 숨어서 지켜보아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예루살렘은 그들에게 있어 영광의 도성이 아닌, 상처와 좌절의 땅이었을 뿐입니다 그런 곳에 그들이 모여있습니다 120명 ! 적지 않은 수입니다 누가는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유는 주님의 당부, 주님의 사명 때문이었다고 말하고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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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하시기 이전에 그들이 경험한 예수는 자신이 그리스도이심을 증언하는 증인으로 살아내라는 사명만 제자들에게 주시곤 그들의 곁에서 영영 사라져버리셨습니다 하늘로 올라가셨다는 말씀은, 세계가 다르니 이제 땅 어디를 둘러 보아도 그를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우리끼리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 예수처럼 하나님을 향한 분명하고 확실한 믿음도 없습니다 주님이 하나님을 보시고,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시고, 하나님 안에 거하시듯, 그들은 하나님의 나라에 함께 할 믿음이 없습니다 

함께 모여있기는 하지만 부모잃은 아이들 같기만 합니다 사람들의 눈총을 이길만한 담력도 없고, 그들 앞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외칠 만큼 그럴듯 하게 살지도 못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땅끝까지 증인이 되다는 것은 터무니 없습니다


예수께서 자신들을 두고 십자가에서 죽어 무덤에 갇혀있을 때처럼, 지금 그들은 예수 없는 삶 가운데 있습니다 예수께서 함께 하실때는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무력하지 않았습니다 예수께서 가르쳐주시는 하나님 나라가 소망이 되었기에 때문입니다 주님이 함께 하실 때에는 사람들이 조롱하고 손가락질 하여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분명한 증거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내일의 일이 어떻게 펼쳐질지 큰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확신에 찬 예수의 걸음을 좇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곁에 주님은 계시지 않습니다


5

예수가 없는 일상속에 던져진 그들의 모임은 바람앞에 흔들리는 작은 불 같습니다 예수는 세상 끝까지 함께 하시겠다는 말씀을 남기셨지만 공허하게만 들리는 현실입니다 그러니 함께 모이고는 있지만 언제 이 모임이 와해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미래는 불확실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오늘도 그들은 모였습니다 혼자 서 있는 자리가 불안해서, 두려워서, 걱정되어서, 예수를 따르던 무리가 함께 모입니다 뭐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혼자 있는 자리를 떠나 유대하고 연대하는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현실을 지탱할 수 있기에 어떻게 해서든 근근히 모여있었습니다 


6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하늘로 떠나가버린 예수가 자신들과 함께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갖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어느 순간 그들의 모임안에 그들과 함께 하시던 예수에 대한 기억과 경험이 생생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더 자주 모이기 시작했고, 자신들의 예수에 대한 경험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데 주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곧 허물어질 것 같았던, 꺼저가는 불꽃처럼 위태로워 보였던 그들의 모임은 더 단단해져갔습니다


그리고 오순절, 바로 오늘의 사건 이후에 그들의 삶은 역동적인 걸음으로 이어집니다 다락방에서 내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 휩쌓여 모여있던 그들이 사람들을 향해 뛰쳐나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증이되라는 예수의 당부를 지킨다는 것을 꿈도 꿀수 없던 그들의 삶의 방향이 회복되었습니다

사람들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표정이 생기가 있고 그들의 언어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들이 전하는 예수는 그들의 삶 속에, 그들의 증언 속에 분명히 살아계신 분이셨습니다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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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있을 때 바람 같은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문 닫힌 다락방에 바람이 분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불의 혀처럼 갈라져보이는 무엇인가가 모여있는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에 임하였습니다 불이 수 많은 갈래로 흔들리듯 하나로부터 시작한 동일한 무엇이 사람들에게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현상과 더불어 모여 있던 이들의 입에서 외국어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들의 말은 창을 너머 밖에 있던 이들의 귀에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갈릴리 출신의 사람들의 입에서 서로 다른 언어가 흘러나오는데 최소 작게 잡아도 14개 지방 이방인들의 귀에 들리는 언어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것인지 납득이 될 수 없는 당혹스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로 다른 언어, 서로 이해할 수 없고 소통할 수 없던 담이 무너져내렸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말하여도 들어주지 않던 이들이 내 말, 거부당하던 내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귀가 나의 소리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이제 내 소리가, 내 사연이, 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용납된 셈입니니다 예루살렘 도성 한 켠에 고립되어 있던 제자들은 사람들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상처 투성이의 예루살렘, 그 안에서 고립되고 폐쇄에 갇혀있던 제자들의 말이 세상으로 흘러감과 동시에 움츠려있던 이들의 예수를 잃었던 상처는 치유되었고, 그들의 삶도, 그들의 걸음도 사람들에게로 달려갑니다 이것이야 말로 상처와 삶의 담장이 무너진 소통의 자리입니다


8

세찬 바람이 담벼락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거센 불길이 담을 넘는 것처럼 성령이 임하시면 우리는 모든 차이를 넘어 상호 소통할 수 있게 됩니다 먼저 성령은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소외를 극복하게 합니다 하나님으로부터의 단절감, 하나님의 외면에 대한 절망에 휩쌓인 사람도 성령이 오시면 하나님의 용서하심을 믿게 됩니다 세상에는 자기의 죄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가슴에 품고 있는 죄책과 정죄감은 건강한 삶을, 하나님이 주시는 복된 삶을 가로막는 장애물입니다 하지만 성령은 이런 복으로부터 격리되듯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생명의 빛으로 침투해오십니다


내일에 대한 불확실성, 사람들과의 단절과 두려움, 사명에 대한 막연함, 모두가 예수 없이 살아내야하는 예수를 따르던 이들의 삶의 무게였습니다 하지만 오순절~ 바로 그날, 모여있는 이들 - 예수를 따르기로 삶을 정하였던 - 가운데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불의 갈라진 혀처럼 성령이 그들 가운데 임하셨을 때, 상처받고 두려움에 고립된 한 사람이 아닌, ‘우리’라는 이름으로 담장을 무너트리고 뛰쳐나갈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 각자의 삶의 자리와 무게를 뒤로 하고 교회 공동체의 문을 두드리신 여러분의 걸음은 누구의 도우심입니까 ? 아프고 힘든 퍽퍽한 삶의 무게가 자꾸만 세상을 향해 벽을 세우고 그렇게 움츠리고 숨어들게 할 때 여러분의 걸음을 ‘우리’ 라는 이름의 그리스도의 공동체로 불러 모으신 이가 누구이십니까?

9

성령이 임한 오순절 강림 사건이야 말로 교회가 세워진 사건으로 해석되어집니다 교회는 무엇입니까 ? 오늘의 자리에 예수가 함께 거하시는 것처럼 살아내는 사람들이 담을 허물고 연대하는 공간입니다 예수가 함께 하셨을 때처럼, 사랑하고, 품어주고, 서로에게 하나님 나라의 소망이 되어주는 담이 허물어진 공동체 말이비다 성령은 우리 안에서 그 일을 행하시는 분이십니다 담을 허물고 넘어진 이들을 일으켜 세우고 상처를 치유하며 또한 그렇게 지탱해주시는 하나님 말입니다



교회란 외치는 자이고, 살아내는 자입니다 지금 이곳에 예수가 함께 하신다고 말입니다 그런 이들이 ‘우리’로 모일 수 있도록 부르신 이가 바로 성령이시며, 우리는 성령이 하나되게 하신 교회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성령공동체입니다 

오늘 우리는 성찬에 참여합니다 차별이 없으신 그리스도의 식탁에 참여함으로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고, 또한 떡을 나누는 우리가 성령공동체인 교회로 하나됨을 경험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