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1 금요기도회 나눔
4월의 첫 금요기도회 나눈 말씀은 마가복음 11장 24절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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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에도 그렇고 이 말씀앞에 서면 마음이 한껏 쪼그라드는 기분이 든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직접 하신 이 말씀은 읽을 때는 '아멘'이 되지만, 말씀앞에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 온통 부담이 되곤한다
아마도 이런 믿음이 없는 내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
그러면서도 이 말씀을 붙잡으려 애를 쓰며 '아멘' ~ 이라고 외친다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 는 구절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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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때로는 서운한 맘도 일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이든 된다고 하셨는데... 기도하는데... 구하는대로는 커녕 바라는 것이 기도의 끝에 경험되기가 더 어려우니 말이다
이런식으로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그러니까,
'.... 그리하면 혹시 아느냐? 너희에게 이루어질 수도 있느니라' 정도로 하셨다면...
그렇다면 내 정성이 부족해서 그렇구나라고 체념을 하든, 아니면 최선을 다해 정성을 드리기라도 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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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NIV 성경이 조금 특별한 글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Therefore I tell you, whatever you ask for in prayer, believe that you have received it, and it will be yours"
보이는가 ? 구하는 것이 이루어졌다(받았다)는 received 동사가 과거형인 것, 믿음의 시간에 이미 하나님의 성취는 완료되었다는 식의 문맥은 그닥 크게 보이지도 않는다
유독 크게 보이는 글은
"In prayer" 였다 굳이 직역하자면, '기도안에서, 기도하면서, 기도를 통해' 정도겠지
그렇다면 "무엇이든/ 믿고/ 구하면/ 그대로~" 이루어지는 이 공식이 성립되기 위해서 먼저 정리되어야 할 것은 바로 '기도안에서'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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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안에서는 무엇일까 ? 기도란 주님앞에 서는 순간이며, 자리이고, 나눔이다 기도의 자리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말할 것이냐? 도 아니며, 어떤 비젼이나, 환상, 꿈, 계시를 받을 수 있는가도 물론 아니다
기도의 자리는 바로 주님을 누리는 자리이다 그러니 기도의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절체절명의 핵심은 과연 내가 자리를 풀고 엎드린 그 곳에 주님의 거하심이 있는가의 문제이다
주님이 계시니 넋두리같은 외침도 가능하고, 주님이 계시니 나의 마음을 무너트리고 그분의 마음을 담을 수 있다, 주님이 계시니 양이 목자의 음성을 듣듯 주님 말씀도 들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기도하는 목적인 것이다 그러니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주님의 말씀은 쉬지 않고 기도하는 방법에 관한 말씀이 아니라, 주님과의 동행을 부탁하시는 사랑의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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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에베소서 6:18 에 항상 성령안에서 기도하라시던 말씀도 연결이 되어진다
'무엇이든'의 문제는 주님 몫이다 주님 몫이니 말씀대로 이루시는 사실이 될 뿐이다 우리 기도의 응답은 주님이 우리 기도의 자리에 거하시고 우리 기도를 들으신다는데에 있다
그리고 믿음은 바로 주님이 그런 분이시다는 사실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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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씨의 '시 읽어주는 예수' 안에 이런 글이 들어있다
-시인은 '들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존재하는 것들의 소리는 물론 존재 배후의 신비로운 소리까지 들으려는 사람이지요. 정현종 시인은 우리가 마음을 열어 경청할 때,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세계가 행여나/ 한 송이 꽃 필' 것이라고 노래합니다 그 '한 송이 꽃'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피어나는 사랑의 개화일 수도 있고, 사람과 하느님 사이에 꽃피는 합일의 기쁨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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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성의 대가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들은 눈의 역할 보다 귀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봄'은 우리의 의식을 바깥으로 향하게 하고, '들음'은 우리가 의식을 자기 내면 길은 곳으로 향하도록 하기 때문이지요 예수의 충성스런 종이었던 마더 테레사 수녀가 그 좋은 모델입니다 그는 '들음'을 수도생활속에 적극 실천한 인물입니다
'당신은 새벽마다 기도한다고 들었습니다 하느님께 무슨 기도를 올리십니까 ?' 마더 테레사 수녀가 살아 있을 때 어느 기자가 찾아와 물었다 수녀는 조용히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습니다
'저는 듣습니다'
기자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묻습니다
'그러면 당신이 들을 때, 하느님께서는 뭐라고 말씀하십니까 ?
수녀가 대답했습니다
'그분도 들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