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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과 익음의 갈래에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2017. 7. 2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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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입학하고부터 처음 안경을 끼게 되었으니 눈을 네개?나 달고 산지가 벌써 30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시력이 바뀌고 그럴 때 마다 안경을 새로이 교체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그런데 요 며칠전 새로이 안경 하나를 구입한 이후 마음이 영 편치 않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책을 보고 있으면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쉬이 피곤하기만 하더군요 체력이 나빠진 탓이라 생각하며 늘 보약 한재만 먹었으면 하는 헛된 꿈?만 꾸고 있던 차에,
지방내 목사님들과 스포츠 고글을 맞추러 안경점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어렵사리 나온김에 이것저것 눈 상태에 대해 상담을 했습니다 요 몇해 책 보기가 너무 힘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정을 풀어 놓았더니 상담자분이 조용히 눈에 렌즈 하나를 덧 대었습니다
그 순간 ~! 침침하던 세상이 밝아지고, 눈앞에 놓인 글이 시원스레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까 ? 심봉사가 눈을 떴을 때, 예수님의 손 끝에 눈을 뜨게 된 소경의 눈에 비추인 세상에 이러했을까 ? 싶을 정도로 황홀했습니다
눈에 덧대어진 것은 소위 말하는 ‘돋보기’였습니다 진단명은 ‘노안’이었구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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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을 함께 해 온 눈이 어느새 제일 먼저 나이가 들어가고 있었던 셈입니다 괜시리 좋은 것 많이 보여주지 못해 상하게 된 눈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노안’ 늙음이라는 단어에 주눅이 들고 힘도 빠지고, 서러워지기까지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관절도 별로고, 인대도 쉽게 다치는 것이 다 이유가 있었던 …. ㅠㅠ
‘노’라고 하는 한 단어가 너무나 낯설은 단어였기에 가을 바람에 울렁이는 남자 마음마냥 괜시리 울적하고 고독해지려 합니다
하지만 마냥 늙음이라는 단어에 낯설어할 여유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피조세계가 늙음으로 지고, 또 다시 새로워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셈이니,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일 뿐입니다
생각해 보니 중요한 것은, ‘늙음’이 서툴러지고, 연약해짐이라는 단어로 굳어지지 않고, 또한 천박함이나 경직됨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얼’이 익어가는 ‘어른’의 모습으로, 지나온 시간 살아낸 이야기의 발자취에 부끄럽지 않은 흔적을 새겨야만 하니 감정에 휩쌓여 투정부릴 여유가 없습니다
지나온 걸음 돌아보니 좌충우돌에 어린 아이같은 투박한 흔적이 너무 많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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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돋보기를 끼고 빛을 얻었으니, 더 많은 책을 보며, 더 넓고 깊은 세계를 만날 기대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앎의 깊이 만큼이나 더 많은 자유를 누릴 기대감이 넘칩니다
돋보기는 작은 것을 더 크게 보게 해주고, 산란한 빛을 하나로 모으는 기능이 있다지요 ? 부디 옹졸한 시야가 더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홀히 넘기던 것들이 더 크게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보지 못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잘 보이고, 허투루 알던 사람 살이가, 성서의 세계가 더 깊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그럼에도 역시… 여러분… 눈관리 잘하세요 못볼 것 그만 보시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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