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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완전함의 아름다움 ...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2019. 9. 7. 19:57

    내일자 성령강림후 13주 설교를 준비하다가 문득 예전에 스크랩해두었던 도자기 그림을 찾았다

    일본과의 갈등이 깊은 시절이 그러한데, 굳이 '왜설'적인 것들까지 끄집어 낼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처음 접했을 때 받았던 인상이 워낙 컸던 탓에, 이것 밖에는 다른 그림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성서일과에 따른 구약 본문은 예레미야 18:1 ~ 11 였는데, 유명한 토기장이의 비유의 말씀이다 

    본문을 묵상하다 4절에 이르렀을 때였다

    진흙으로 만든 그릇이 토기장이의 손에서 터지매 그가 그것으로 자기 의견에 좋은 대로 다른 그릇을 만들더라’ _렘 18:4

     

     

    일본에는 '킨츠키'라고 하는 도자기 수선기법이 있다. 

    15세기경 일본의 쇼군(장군)이었던 아시카가 요시마사가 아끼던 차완이 깨어지자, 중국으로 수리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의 자기 수선은 구멍을 뚫고 철사로 묶는 수준이어서, 본래의 아름다움은 회복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깨어진 차완의 미를 살려내고자 했던 쇼군의 뜻이 통했던지, 킨츠키라고 하는 수선기법이 등장한다

    깨진 그릇에 선을 따라 옻칠을 하여 접합시키고, 그 위를 금박을 입히고 칠을 하는 기법이다. 원래의 형태는 복원하지만 여전히 깨어졌던 상처는 남아 있다. 그런데 그 남은 상처 때문에 이전과 다른 아름다움이 발견되어진다.

    우리에게는 '여백의 미'라고 하는 미학이 있다면, 일본에는 '와비사비 철학'이라는 미학개념이 있다고 한다. '불완전함의 미학' 정도로 불릴 수 있을까 ?

    깨어진 상처를 지우거나 숨기지 않고, 도리어 상처를 더 도드라지게 함으로써, 불완전과 아픔을 끌어안은 넉넉함을 볼 수 있게 된다.

    썩고 상하여 속이 비어버린 듯해 보이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고목'앞에 느끼는 감정과도 같았다.

     

    '터진 그릇' ... 터진 그릇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누구도 눈여겨 보지 않는다. 그래서 버려져야할 운명 뿐이다. 우리는 모두 '터진 그릇'과도 같다. 그저 큰 소리치고, 잘난척 하고 살아가지만, 저마다 곪아 터진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터지고 깨어진 상처가 그대로 있으면 버려질 그릇 파편일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우리네 삶의 이야기, 생의 이야기도 그대로의 날것은 아픔이고, 고통일 뿐이다.

     

    하지만, 예레미야를 통해 전해진 토기장이되시는 하나님 손에 들리워졌을 때, 터진 그릇은 더 이상 버려져야할 천덕구러기가 아니다. 온전했을 때 시덥잖은 음식을 담아내던 그릇이, 깨어진 이후로 예술 작품이 되는 것처럼, 하나님 손에 들리웠을 때 터진 그릇에 생명이 담기고, 담기운 생명을 전하는 도구가 되어진다.

     

    하나님 손에 들리워졌을 때, 터진 그릇, 깨어진 그릇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불완전하기에, 완전함이 담기듯, 깨어져있기에 하늘의 은혜가 담기운다.

    터져있다고, 깨어졌다고 슬퍼하지 말자 ! 

    홀로 아파하고 눈물 짓지도 말자 !

    하나님 앞에서 울자 ! 불완전한 파편을 모아 선을 만들고, 길을 내고, 금칠을 입히고, 여백을 만드는 하나님의 손이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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