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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16 성령강림주일 22주성서의 거울 앞에 2016. 10. 16. 16:32
20161016 성령강림절 22주
본문 - 예레미야 31 : 27 ~ 34 https://youtu.be/EhSQLZ6EkIg - '클릭' 하시면 설교영상을 나눌 수 있습니다
"새 언약 - 다시 시작하는 이에게"
1
오늘 예배 가운데 함께 하시는 우리 모두에게 자비로우신 주님의 위로와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 주간 주님의 은혜 안에서 살아내셨습니까 ? 그런데 여러분 ! 과연 주님의 은혜를 경험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 우리에게 비어있는 그곳, 우리 힘으로 채울 수 없는 자리를 주님께서 채워주시고, 함께 해주시는 경험을 우리는 은혜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은혜 안에서 살아내게 해달라는 말은, 한편으로 은혜를 갈망하고 소망해야만 하는 은혜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겠지요
옛 사람들은 하늘을 두려워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머리 위에 하늘이 있음을 기억하면서 지켜야할 것들, 바르게 살아야할 것들을 붙들었다고 합니다 사람 살이가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인지라 늘상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살아 가다가도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을 수 없는 때가 있었습니다
첫째, 그리움과 기다림이 있을 때입니다 하늘은 애써 모낸 논 바닥이 갈라지고 물길이 매마름과 동시에 타들어가던 농민들의 기다림의 장소였습니다 물길은 낼 수 있더라도, 물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어찌할 수 없는 그 터위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자비로운 손길이었습니다
둘째, 억울함이 있을 때입니다 백없이 살아가고 있던 이들에게 하늘은 권력과 힘에 눌려 억울함 당하던 이들의 한이 맺혀있는 곳이었습니다 사람이나 세상은 자신들의 야욕이나 욕망을 위하여 그릇된 이치로 살아내지만 하늘은 다른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누구에게나 하늘이었고, 누구에게나 높음의 차별이 없는 곳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들의 살아가는 자리는 결코 가볍지가 않았습니다 적어도 자신의 두 다리가 지탱하고 있는 땅에서는 풀릴 수 있는 조짐이나 가능성이 없는 이들의 마음이 머무는 장소였습니다
그렇게 두고 보면 오늘 이 시대는, 사람들로 하여금 땅을, 서로를 바라보며 살게 하고 있습니까 ? 아니면, 하늘을 바라보며 살게 하는 곳입니까 ?
2
물론 어떤 사람에게 오늘은 복되고, 누릴 것이 많고, 평안하고 아름다운 땅일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 땅은 전혀 반대의 장소일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있어 세상은 자신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이들, 그러니까 억울함이 있을 때 제 힘으로 벗어나거나, 삶의 자리가 타들어가는 고통의 시간에 헤쳐나갈 능력이 없는 연약한 많은 이들에게 세상은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땅입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세상에는 억울함이 너무나 많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가해자들이 두발뻗고 큰 소리치는 적반하장의 모습들이 피해자들의 가슴을 후벼팝니다 부당한 부의 축적을 이룬 이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서 너희들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차디찬 바다에 아이를 묻은 부모들에게 조용히하라고 참으라고 하던 목소리가 어느새 비아냥과 면박으로 바뀌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던 자리에서 물대포로 사람을 죽이고도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한 이들은 유족들을 비난하고 피해자를 욕보입니다 양심을 팔고 불의에 기대며 살아가는 이들의 으스댐을 견디기에는 삶의 고단한 무게를 감당하기에 너무 여린 이들의 눈물이 아프기만 합니다
어쩌다 한번씩 경험하여도 억울함에 가슴이 미어질 텐데, 눈을 뜨면 펼쳐져있는 일상으로 다가오는 오늘을 살아내야만 하는 우리들은, 마치 나을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자포자기하고 마는 불치병에 걸린 사형수처럼 현실에 무너져있습니다
그 무너짐과 무뎌짐은 어느새 사람들의 마음을 바르게 사는 것보다는 남을 속여서라도 불의를 행하여서라도 내 몫을 챙기는 것이, 우직하게 정직하고 바른 길을 걷기보다는 편법에 기대어 약삭빠르게 사는 것이 성공이라는 생각에 휘둘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체념하고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아니 이런 것이 애당초 세상인 것처럼 조용히 살라고 하는 냉담함이 우리들 모두의 보편적 생각으로 스며들고 있는 이 현실이야말로 악이 지배하고 있는 바벨론 땅입니다
사람들의 양심은 어두워지고 있으며, 이기적인 욕망을 제어할 억제력이나 통제력은 상실되어 버린 것만 같습니다 날이 갈수도록 더해가는 환락과 퇴폐의 소비적 삶은 어쩌면 내일을 잃어버린 이들이 어디를 보아도 암담한 세상의 한편에서 고통을 고통으로 인식하지 않고 스스로를 마비시키며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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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자 예레미야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던 그 시대는 이런 현실이 초래한 결과에 내던져진 때였습니다
정의를 따르며 하나님의 공의를 이루어가야할 이스라엘은 늘상 불의에 가까이 기대며 살아갑니다 본문 31~32절을 보면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건져내시면서 체결한 하나님과의 언약을 이스라엘이 깨트려버렸었다는 하나님의 원망이 적혀있습니다
애굽의 노예로 살고 있던 히브리인들에게 애굽의 절대 권력과 폭력적 지배는 거부할 수 없는 ‘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배안에 있던 그들에게 ‘소망’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습니다 무려 사백년을 넘는 애굽 왕조의 지배와 함께 계속된 히브리인들의 절망과 눈물과 절규를 하나님은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없던 그들에게 찾아가셔서 자유의 길로 인도해내셨습니다 하나님이 히브리인들의 편이 되어주신 것은 ‘무조건’적인 은혜였습니다 조건은 한가지 ! 하나님으로 하여금 그들의 하나님일 수 있도록, 그들은 또한 하나님 백성일 수 있도록 살아내라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 약속만 지키면 하나님은 언제나 노예들의 편에 계신 그들의 구원입니다
하지만 먹고 살만해진 그들의 걸음은 이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백성답게 살아내야한다는 언약을 그들은 깨트리고 말았습니다 정의는 무너지고 양심은 깨어졌습니다 노예였던 그들 사이에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종으로 지배하는 부유하고 힘있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사람이 사람의 주인될 수 없으니, 늘 하나님만을 예배하고 경외하라고 하는 말씀을 그들은 지켜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과의 약속은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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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내려오는 민담이나 동화를 보면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착하게 사는 사람들을 하늘이 돕고 악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반드시 하늘이 벌준다고 하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야기들의 끝이 아닙니다 정직하여 성공한 사람일지라도 자칫 교만해지거나 악해지면 하늘은 예외없이 다시금 그를 벌준다는 것이 이야기의 끝입니다
하나님은 이런 이스라엘의 악이 세워놓은 세상을 가차없이 뽑고 허물어트리고 찢고 부숴뜨리셨습니다 (유진피터슨 ‘메시지 성경’역) 그들은 거대 제국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그들은 애당초 있던 그들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다시금 그들은 히브리 노예의 자리, 그 절망의 시대에 직면했습니다 패망한 이스라엘은 바벨론을 이길 힘이 없습니다 그들의 힘으로는 바벨론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의 기쁨을 누릴 힘이 없습니다 이제 하나님과의 언약을 어겨 도리어 그의 손에 의해 다시 노예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렸으니 희망도 함께 부숴지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내민 손을 거부하고, 하나님이 지켜내신 언약을 파기한 인간이 직면하게 되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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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금 이스라엘은 고통과 아픔속에서 자신들의 무력함에 익숙해져야만 합니다 누구도 그들을 구원할 수 없고 하나님께 손을 내밀 자신도 없습니다 거대한 권력과 악앞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거대한 절망이나 오랜 고통은 사람을 무기력으로 몰아갑니다 그래서 절망이 깊어지면 희망의 불꽃은 사그러지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강한 신념과 올곧은 마음 가진 이라도 시련이 계속되면 무기력해지고, 그의 날카로운 신념은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고생이 오래되면, 또 바뀔 수 없는 현실앞에서 사람은 무력해집니다 포기와 좌절과 절망에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익숙해진 삶은 때로는 방관으로, 때로는 무뎌진 폭력으로, 악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바벨론에 패망한 이스라엘이나, 오늘 우리들의 삶은 모두 정의가 무너지고 불의함에 꺾여버린 세상입니다 어쩌면 오늘의 현실은 하나님과의 언약을 깨트려버린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이 허물고 부숴뜨린 현실이라면 이제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습니다
그런데 다시금 큰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람안에서, 세상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구원자의 목소리입니다 27절 ~ 28절
“보라 내가 사람의 씨와 짐승의 씨를 이스라엘 집과 유다 집에 뿌릴 날이 이르리니
내가 깨어서 그들을 세우며 심으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하나님이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일어서 그들을 다시금 세우시겠다는 말씀입니다 흩어지고 사로잡혀간 이들이 돌아오게 하신다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패역했던, 하나님의 언약을 깨트렸던 이스라엘이 소리쳐 기뻐할 수 없을 만큼 몸 둘 바를 알 수 없는 은혜입니다
물론 하나님이 우리처럼 잠을 자거나 주무시거나 하시는 분은 아니십니다 이 표현은 이스라엘의 패망의 현실은 하나님이 그들을 완전히 버리신 것이 아니라는 표현입니다 하나님의 이스라엘의 아버지이시며, 어머니이시니 그들을 버리시는 분이 아니시라는 것입니다
다시금 그들을 그 옛날 애굽으로부터 구원하셨던 것처럼 바벨론의 손에서 건져내시겠다는 하나님의 구원에 이번에도 조건은 없습니다 그저 다시금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이면 됩니다 하나님 백성다움을 회복하면 됩니다 하나님의 뜻을 기억하고 그들의 삶의 자리가 어떻게 변하고 바뀌더라도 말씀을 따르고 순종하며 하나님이 하늘이 되어 평등한 신앙공동체로 살아내면 됩니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이 없습니다 !!!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가 하루 아침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성실한 삶을 지켜내지 못하고 패망하는 것처럼, 갑작스레 주어진 은혜를 지켜낼 자신이 없습니다 이미 이스라엘은 스스로 언약을 깨트린 경험이 있으니 말입니다 언제고 배부르고 따듯해지면 욕망이 고개를 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하나님이 되시고 우리가 하나님 백성이 되어서 누리게 될 그 자유를, 그 언약을 어떻게 이스라엘이 지켜낼 수 있단 말입니까 ? 이것이 우리들 신앙의 실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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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절을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내가 나의 법을 그들의 속에 두며 그들의 마음에 기록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라”
이제 언약의 징표와 내용은 글로, 말로 전해지지 않습니다 하나님과 맺은 계약서는 이제 우리들 마음속에 기록하고 새겨졌습니다 말과 글로 전해진 것들은 잊혀집니다 배불러진 우리를, 지켜낼 힘이 없습니다 또 넘어지게 됩니다 또 다시 하나님과의 언약을 깨트리는 망함의 현실을 초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우리의 하나님이 되시고, 우리를 하나님 백성되도록 하는 그 언약은 우리 안에 새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말씀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말씀을 따라 살아내야합니다 매일 매일 악의 유혹앞에서 하나님의 백성임을 기억해내야만 합니다
한편 하나님이 새 언약을 우리안에 새겨놓으신 것은 우리의 성실한 약속이행을 강요하거나 우리편에서 계약을 깨트리지 않고 지켜내도록 하기 위함만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새언약이 우리 안에 있으니 그 언약이 패망의 길로 걸어가는 우리를 지켜낼 것입니다 무너지려는 우리를 세워내고 불러내고 심어서 지켜주실 것입니다 어느곳에 있어도, 우리가 그의 백성일 수 있도록, 하나님이 우리의 하나님이실 수 있도록 지켜주실 것입니다 거대한 악이 우리를 가로막는 순간에도 오랜 고통과 좌절이 우리를 엄습해 오더라도 우리안에 머문 하나님의 말씀과 언약이 우리가 하나님 백성임을 지켜내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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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언약은 무너진 사람들을 다시 세워줄 것입니다 비록 지금 말씀을 듣는 이 시간 우리는 바벨론이 있지만, 여전히 눈에는 바벨론은 권력으로 살아있지만, 그 날이 오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날이 오고있습니다
그러나 그 날은 - 새 언약이 성취되는 날, 우리의 하나님이 되어주시는 날, 우리가 그의 손에 붙들린 자녀되는 그날, 우리 마음속에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새겨지는 그날은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주어집니다 유진피터슨 메시지 성경은 27 ~ 28절을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포고다 ‘준비하여라 농부가 씨를 뿌리듯, 내가 이스라엘과 유다에 사람의 씨와 짐승의 씨를 뿌릴 날이 오고있다 전에는 가차 없이 뽑고 허물어뜨리고 찢고 부숴뜨렸지만 이제는 다시 시작하는 그들 곁에서 내가 세워주고 심어줄 것이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은 악의 지배앞에서도, 새벽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짙은 어둠속에서도 그 날은 오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자유의 땅으로 이끄시는 그날, 하나님만이 우리의 하나님이시며, 우리는 또한 하나님의 참된 백성으로 자유를 누리게 되는 새언약의 성취되는 그 날이 말입니다
소망은 하나님께 있습니다 무너진 이스라엘에게, 언약을 깨트려버린 이스라엘에게는 소망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다가오고 계십니다 절망의 땅에 무너져있는 우리들에게, 새언약을 들고 새희망을 가지고 다시 심고 일으키고 세우시려 오시고 있습니다
언약을 파기했던 우리이지만,
다시 시작하려고 돌이키는 우리에게, 절망속에, 억울함속에 매몰되지 않고 다시 시작해보려고 하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의 하나님이 되겠다! 너는 내 백성이 될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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