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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09 성령강림절 21번째 주일
    성서의 거울 앞에 2016. 10. 9. 21:36

    2016/10/9 성령강림절 21번째 주일


    본문 - 예레미야 29;1 ~ 7      https://youtu.be/roqakKsAQOs   = 클릭하면 설교영상을 나눌 수 있습니다



    "함께 하고 있기에 ...."



    1 

    한주간 치열한 삶의 자리를 신앙으로 살아내신 여러분들에게, 태풍 차드에 의하여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과, 태풍에 의하여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져있는 우리 이웃들에게 그리고 공권력에 의히여 목숨을 잃은 농민 백남기씨와 그의 유족들에게, 또 그를 둘러싼 시대적 아픔 가운데 있는 국민들에게 주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지난주 한반도 남단을 관통했던 태풍 차드로 인하여 재산적인 피해는 두말할 것도 없고, 7명이 목숨을 잃고 3명이 실종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자연재해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기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희생은 너무나 안타깝기만 합니다 누구하나 안타깝지 않은 목숨이 있겠습니까 ? 모두다 소중한 내 식구들이기에 아픔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하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그 참담한 자리에서도 뉴스를 통해 전해들은 아름다운 소식들은 우리들의 상처를 달래주기에 충분한 인간이기에 가능했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었기에 다시금 소망을 붙잡게 해주었습니다

    전남 여수앞바다에 떠 있던 여객선이 좌초되어 해경이 출동하였고, 순간적으로 덮쳐온 파도에 6명이 휩쓸리자, 밧줄에 몸을 묶고 지체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구조대를 도와 한 마음으로 고립된 사람들을 구출해던 시민들, 그 중에서도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내려 자신의 위험을 돌보지 않고 구조활동에 나섰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젊은 소방대원 고 강기봉 소방교의 이야기까지 모두가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타인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감동스러운 이야기들 말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험하고, 폭력과 속임과 기만이, 탐욕과, 비진리, 그리고 부정과 부폐가 판을 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 땅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희망은 사람에게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주일에 자비로우신 주님의 은혜 아래에서 아무리 힘에 겹고, 상실감이 짓누르고 있는 절망같은 세상살이 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냄새 많이 나는 세상으로의 소망이 커져만 갈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2

    오늘 함께 읽은 제1독서 구약본문은 예레미야서 29장입니다

    시대적 배경은 기원전 597년 바벨론의 2차침공 당시로 추정됩니다 바벨론에 의한 패망이 기원전 587년이니까 패망 10년전의 이야기입니다 당시에는 이미 이스라엘의 왕족과 지도층들이 포로로 끌려가 있던 때였으며, 언제가 될지 모를 바벨론의 위협앞에 두려움과 싸워야했던 예루살렘에 남아있던 이들의 상황도 나을 것이 없었습니다 이 두려움과 치욕이 하나님에 의해 하루 빨리 끝날 날만 기다렸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안에서는 하나님의 뜻을 받았다고 하는 선지자들의 예언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옵니다 하나같이 이스라엘을 위하여 싸우시는 전능자 야훼께서 바벨론을 치시고 자유를 이루어주실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생각만해도 가슴벅찬 예언입니다 

    이스라엘 사람치고 누구하나 이 예언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어떤 백성입니까 ? 전능하신 하나님의 선택받은 백성입니다 전쟁에 능하신 하나님이 바벨론에게 지실리가 없습니다 포로로 끌려간 사람들이나, 아직 유대땅에 남겨져있는 이들이나 모두들 하나님의 구원을 의심치 않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대에, 이 땅에 정의와 공의가 강같이 흐르고 아픔과 절망이 사라지고 다같이 더불어 희망과 감격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슴벅찬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우리들의 기대 만큼이나 절절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귀를 의심할 만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나님의 예언자라고 자신을 밝히는 사람 ‘예레미야’가 받은 말씀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들어온 예언의 내용과 완전히 다른 내용입니다 그토록 갈망하던 미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내용입니다 


    3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전혀 기대하지 않은 말씀을 주십니다 말씀 그대로 하면 포로에서 해방될 것은 꿈도 꾸지 마라는 말씀입니다 바벨론을 고향삼아, 과수원도 일구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살라고 하시니 말입니다 게다가 더 나아가 7절 말씀은 바벨론의 성읍들의 평안을 구하고 잘되기를 기도하며 살라고 하십니다 예레미야의 예언을 들은 사람들의 마음이 헤아려집니다 정말 미웠을 것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온 예언자라고는 믿어지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나라와 주권을 빼앗고 형제와 자매를 죽인 이들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라니요 ?

    일제에 의하여 위안부로 징용으로 끌려간 이들에게 하나님이 주신 말씀이라고 하면서 자유는 오지 않을테니, 일본의 잘됨을 위하여 기도하며 살라고 전했다고 생각해보시면 그 황당함이 실감이 날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그리고 그분의 뜻은 이처럼 때로는 우리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럴때 하나님을 신뢰하며 자리를 지켜낸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믿는다는 말만으로는 한걸음도 나갈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불치의 질병을 앓고 있는 가족을 살려보려고 밤을 세운 우리의 간절한 기도가, 좌절될 때, 고통의 나락에서 도우심을 구하던 우리의 소원이 하나님으로부터 부정될 때 우리의 믿음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발견될까요 ?


    4

    그렇게 오늘 본문속에서 만나게 되는 하나님의 모습은 평상시 우리들의 신앙의 자리에서 기대하던 하나님과 너무나 달라보입니다 그래서 낯설기만 합니다 예레미야를 핍박했던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믿음이 없었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않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본문속에서 만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는 어떻게 듣고, 받아들여야만 할까요 ? 본문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식의 뻔한 이야기를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첫번째 이스라엘이 직면한 현실은 하나님의 심판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제사장들로부터 비롯한 기만적 신앙과 불의함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결과였습니다 하나님은 정의와 인애,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신앙공동체를 회복할 것을 요구하셨지만, 그들의 불의함이 결국 하나님의 심판을 초래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두번째 바벨론에 의하여 패망한 것은 이스라엘 자신일 뿐입니다 도리어 하나님께서는 무능함때문이 아닌, 이스라엘의 죄악으로 인하여 패배자의 수모와 치욕을 뒤짚어 쓰셔야만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오늘 회복되지 못할 패망과 패배는 이스라엘의 몫일 뿐입니다 


    세번째 이스라엘의 나라와 그들의 신앙은 망하였지만, 아직 그들은 망하지 않고 살아있습니다 그들의 생명의 젖줄이신 하나님이 살아계시니 말입니다 그들이 하나님과 함께 한다면, 발걸음을 맞추고 함께 걸어간다면 그들은 죽지 않습니다 

    패망이전에 약속의 땅 이스라엘에서, 다윗의 왕조를 통하여서도, 그리고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성전에서조차 그들은 하나님과 함께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하나님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저 성전에 세워진, 예배의 대상으로 굳어져있었을 뿐, 자신들의 생명을 지켜내는 살아계신 분으로 경험하지 못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을 패망으로 몰고간 바벨론 한복판에서 자신의 백성들을 지켜내실 수 있으신 하나님으로 다시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야 비로서 이스라엘은 하나님만으로 살게되는 믿음의 자리에 서게 된 것입니다


    네번째 이제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합니다 처음 고독한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과 약속을 맺었던 아브라함의 신앙의 자리, 아무것도 가진 것없는 텅빈 인생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만났던 야곱처럼, 모든 부와 명예를 빼앗기고 노예됨의 자리, 그 처절한 애굽에서 하나님을 만났던 모세의 자리에서 다시금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이제 약속의 땅은 무너지고, 빼앗겨 버렸고, 거대 제국들이 일어서고 있던 당시 역사의 틈 바구니 안에서 이스라엘의 힘만으로 살아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이제 포로된 그 땅, 바벨론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자신들의 나라를 파괴시킨 바벨론은 저주와 환란, 고난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벨론은 땅은 빼앗기고 성은 무너지고 성전은 불타버렸지만 그 백성 이스라엘을 살려내시고 지켜내시려고 하나님이 세우신 울타리였던 셈입니다

    그러니 그 땅에서 괄시를 받아도 이겨내야만 합니다 과수원을 일궈내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살아도 이방의 땅입니다 서러워도 참아내야만 합니다 오지 않을 것 같은 내일을 붙들고 있어야만 합니다 이제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시험대위에 서있으니 하나님의 때가, 하나님의 구원이 있는 그 날까지 역사의 소용돌이가 멈추어지는 그 날까지 반드시 그 자리를 지켜내야만 합니다


    5

    하지만 그 길은 혼자서는 갈 수 없습니다 혼자서는 지켜낼 수 없는 믿음의 시험대입니다 

    혼자서 해내는 믿음의 결단은 고독 가운데에서 무너지기 일쑤입니다 제 아무리 믿음이 좋고, 신앙이 좋아도 혼자서는 그 막막함을, 그 서러움을 이겨낼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연약함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에게 말씀하십니다 

    바벨론 땅에서도 이스라엘을 만나주신 하나님은 5, 6, 7절 모두에서 그들을 ‘너희’ 로 불러내시고 있습니다 예레미야나 신앙좋은 한 사람이 아닙니다 네가 살아야하고 우리가 살아야만 그렇게 함께 살아야만 이스라엘이 살아있는 것입니다 


    너희라는 이름안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 앞에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하나님앞에서 자신만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살아왔다면 이제는 ‘너희’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살아내야만 합니다 


    나 혼자서는 포로로 끌려간 그 땅에서 밭을 일구고 과수원을 세우며 살 수 없습니다 나 혼자서는 번성하여 질 수 없습니다 반드시 ‘우리’가 함께 그 자리를 지켜내 주어야만 합니다   힘이 들어도 서로 격려하고, 서러워도 서로 부대끼며, 막막해 보이는 내일 앞에서도 역사하실 하나님 신앙을 서로 나누어야만 합니다 내 형제의 삶에, 내 이웃의 삶에 거하시는 하나님 신앙과 만나야만 합니다 

    비록 포로로 끌려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짐승이 아닙니다 언제고 하나님이 포로의 기간이 차고 이스라엘로 이끄실 때 그 땅으로 돌아와 회복되어야 할 주의 언약 백성들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바로 바벨론입니다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는 모두 자유를 잃어버린 포로들입니다 돈에 좇기고, 생존에 좇겨, 사람다움을 잃어버리고,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가야할 자리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생명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몰린 삶의 끝자락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바벨론 처럼 이 시대의 악과 부정의는 견고하게만 보입니다


    하나님을 신앙하는 이스라엘 이라면, 번영의 신인 마드룩을 섬기는 바벨론의 삶이 편할 수 없습니다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육체는 자유로울지 모르지만 그의 영혼은 감옥같은 박탈에 묶여 있음에 괴로워야만 합니다 그러니 만일 우리도 오늘의 삶이 평안하고 자유롭기만 하다면, 함께 해야할 이들의 고통이 보이지 않고, 예배해야할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가리워져있다면 우리는 망한 이스라엘이거나, 바벨론 사람일 수 밖에는 없습니다


    6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주님의 이름으로 한 교회로 이 곳에 서 있습니다 언제고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나라로 회복될 약속의 천국을 누려야할 주의 백성들입니다 주님이 이루실 그 날까지 우리는 모두 이곳에서 교회로 살아내야만 합니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비록 그 길이 멀어보이고, 힘겨워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바벨론은 70년 기한의 끝에 무너지는 나라입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는 한, 바벨론은 무너질 허상인 것입니다 

    오늘 그리스도께서 허상을 거부하고, 진리에 잇대어 살아가는 이 바벨론의 땅에 우리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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