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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웁다
올해도 역시나 한해가 끝나가는 12월에 들어서야 지나온 시간속에서 의미를 찾는 마음이 바빠지는 것을 보면서, 사람 참 변하지 않는구나! 싶다
올 한해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버성김이 컸던 시간이었다 년초에 가졌던 꿈이나 바램은 늘 깨어져가는 파편처럼 아프게 다가왔다
현실이 기대처럼 따라주지 않는 것이야 그런 것이 살아감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일 텐데,
아프고 힘들었던 것은 '무의미'와의 싸움에 지쳐가는 나를 지탱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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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채 누군가의 평가나 평판에 흔들리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올 한해의 시간은 그런 나 자신과는 어색한 모습을 자꾸만 대면해야했다
하나의 길을 향해, 올곧게 지내온 시간들이 설득되어지고 인정받기 보다는, 도리어 오해받고 외면당하고 비난받고 있음을 알게 될 때,
누군가 솔직하고 선하지 않은 태도가 되려 인정받고 있는 것을 볼 때면, 은근히 나만 알고 있는 이 비밀을 온통 까발려 버릴까 싶은 유혹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유혹의 속삭임을 듣는 순간 나 자신에 대한 더큰 절망에 아파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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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교회 개척후 3년의 시간,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일일이 해명하고, 설득하고, 나 자신을 홍보함에 서투른 탓에 사람들 사라진 뒤에야 '왜 말하지 못했을까?' 하고 아쉬워하는 통에, 믿고 함께 해주는 사모 마음만 아프게 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때때로 주님의 음성을 기대하며 기도하는 중에 마치 버려진 땅에 홀로 있는 듯 찾아오는 고독속에서 슬그머니 올라오는 날카로운 질문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을까? 이게 정말 나의 길일까 ?" ...
"내가 이런다고 세상이 바뀔까 ?", "나 지금 잘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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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익숙해지는 패배감이 가져다 주는 질문...
수 없이 많은 시간을 길위에 서 있고, 수 없이 정직하게 몸 부림치던 시간들이었건만, 무언가 삐그덕 거리고, 무언가 어긋나고, 무언가 정체되고, 자꾸만 뒷걸음치기만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마다 올라오는 질문...
"나 잘 하고 있는 것일까 ?"
개척교회 비어있는 의자들, 신앙의 성장이 정체됨을 대면할 때마다 끊임없이 '무의미성'과 싸워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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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이후 3년간 제일 많이 쏟아 부은 노력은 설교와 성경공부 시간이었다 설교야 목회자의 당연한 숙명과도 같은 사명이니 더 말하면 무엇할까 ?
성경공부 준비는 정말 많은 힘을 소비했던 자리다
애당초 개척으로 사역의 방향을 전환했던 이유가 '예수 믿는 이들에게, 더 예수를 잘 알고 잘 믿을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였으니 자연스레 사역의 방향은 말씀으로 기울어왔다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책들은 마다않고 섭렵했는데 문제는 교제를 늘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성품을 사용하면 쉬운 길을, 남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 영 마음이 탐탁하게 여겨지지 않으니 어찌할까 ?
처음 두해는 거의 매주 한주 교재를 만들고, 다음주에 나누는 식으로 정신없이 지낸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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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들어내었던 공부들이 어느새 부터인가 교회 밖으로 향하게 되었다
신앙에 대한 회의를 안고 찾아오는 알고 지내던 청년들, 영적으로 육적으로 지치고 아파하던 청년, 교회에서 상처받은 집사님, 본교회를 두고 부득이 나눔을 요청하는 부부...
함께 말씀을, 하나님의 나라를 나누는 시간 만큼은 더 없이 행복하다 힘이 난다 가슴이 뛴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고 또 덩그러니 남겨진 교회당 ! 그리고 단앞에 엎드려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면 또 다시 들려오는 속삭임...
"나 잘 하고 있는 것일까 ?" , "이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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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교회 밖에 있는 이들을 위해 핸해를 함께 해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성경을 바르게 읽을 수 있을까 ? 예수는 누구이신가 ? 교회사 가운데 교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 하나님의 나라를 담고 있는 복음은 무엇인가 ? 십자가는 무엇이고 부활은 무엇인가 ? 우리는 어떻게 그리스도인이어야 하는가 ? ...
가급적 신앙에 회의를 가지거나 아파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할 수 있는 한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하고자 애쓰는 시간은 해산하는 이의 수고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들입니다 하지만 목사가 되었다는 것은 누가 되었든 예수 전함에 있으니 누구라고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공들이는 시간은 주변에서 오해와 문제를 일으킵니다 남의 교회 성도 빼내가려는 나쁜 시도 ?가 되고 수군대는 이야기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그러니 또 질문이 됩니다
"나 잘 하고 있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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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근 일년간을 함께 공부해온 친구와 마지막 나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율법주의의 폐해안에 갇혀 오랜 시간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을 깨트려 주기 위해 많은 시간 애를 썼는데... 복음이 주는 기쁨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기를 위해 수고했지만 여전히 얼굴에서 자유를 발견하지 못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 전하는 자의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런데...
마지막 시간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 있다며 꺼내는 말이 갑자기 뭉클해집니다
'긴 시간 진심으로 대해주시는 목사님을 보면서 나도 곧 회복되면 누군가를 위해 먼저 만난 예수를 소개하고 전하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
'목사님이 지내셨을 고뇌하고 치열하게 몸 부림쳤던 시간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답을 얻었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목사님 덕분에 새로운 차원의 세상이 열려진 것은 분명해요'
그리곤 갑작스레 교회앞에서 나를 끌어안습니다 '감사해요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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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누가 누구를 신경쓰느냐고 ?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냐고 ? 쓸데 없이 에너지 낭비하고 있느냐고 ? 타박받던 시간들, 무의미와 싸우며 숱하게 되내이던 안타까움의 시간들이 한꺼번에 스쳐지나갑니다
오늘 저녁 기도시간에 주님앞에 소리낼 수 있었습니다
'주님... 나 잘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동녘교회 저녁기도 시간은 비어있는 자리가 크게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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