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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성 전투에 감추어진 진짜 패인?성서의 거울 앞에 2016. 8. 31. 12:20
여호수아 7:11
'이스라엘이 범죄하여 내가 그들에게 명령한 나의 언약을 어겼으며
또한 그들이 온전히 바친 물건을 가져가고 도둑질하며 속이고 그것을 그들의 물건들 가운데에 두었느니라
그러므로 이스라엘 자손들이 그들의 원수 앞에 능히 맞서지 못하고 그 앞에서 돌아서싼니 이는 그들도 온전히 바친 것이 됨이라
그 온전히 바친 물건을 너희 중에서 멸하지 아니하면 내가 다시는 너희와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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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땅 가나안을 향해 진군하던 이스라엘 ! 표현이 진군이지, 도망치듯 애굽에서 나와 이후로 40년간 광야에서 살아냈던 그들의 행색은 무심결에 생각하는 용맹한 군단의 행렬과는 아마도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을 것 같습니다
뭐 분위기가 어찌했든 관계 없습니다 그 행렬의 위용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 이스라엘의 분위기는 최고조입니다 기쁨과 기대감과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으로 주어졌던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에 우여곡절 속에 40년 만에 도착한 것만도 감격스러울 텐데, '여리고'라고하는 성을 무너트리고 정복했으니 말입니다
여리고라는 이름 뜻이 '종려나무의 숲'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만 보아도 여리고가 얼마나 풍요롭고 강한 성이었을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여리고를 여호수아 6장은 하나님의 방법으로 무너트렸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루 한바퀴씩 6일을 돌고 7일째 7바퀴를 도는 것이나 소리를 지르는 것만으로 성이 무너졌다는 성경의 보도는 그 역사적 사실성을 떠나, 사람의 방법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당혹스러운? 방법에 의하여 성이 무너졌음을 보도해주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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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음장인 7장의 시작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6장21절에 하나님은 여리고를 정복하고 그곳에 있는 모든 것 생명이나 재물까지도 온전히 바치고 칼날로 멸하라고 명령하셨는데, 7장 1절의 시작은 아간이 온전히 바친 물건을 가졌으므로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에게 진노하셨다고 씌여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어겼으니 불안?하기만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때마쳐 진군하던 아이성 전투에서 이스라엘은 참패하고 36명이나 죽임을 당하고 말았으니, 아간이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얼마나 눈총과 증오의 대상이 되었을까? 오지랖 넖은 안스러움이 듭니다
7장 21절을 보면 아간이 숨긴 재물은 '시날산의 외투 한벌, 은 이백 세겔, 오십 세겔 금덩이' 였습니다 세겔을 오늘날 단위로 환산하면 약 11.4g정도에 해당하니 은 이백세겔이면 600돈 가량, 금 50세겔은 금 150돈 정도에 해당하고, 시날산의 외투는 금실과 은실로 짠 상당한 가치에 해당하는 재물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펼쳐서 읽어보니 아간이 보통 죄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아간이 제비에 뽑혔을 때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는 분노에 가득차있었을 것이며, 특히나 아이성 전투에서 사랑하는 자녀, 남편을 잃은 유가족들의 증오에 서린 눈으로 아간의 처분을 요구했을 것입니다 물론 아간은 돌로쳐 죽임을 당하게 되고, 그의 시체위에 쌓은 돌 무더기 골짜기를 '아골 골짜기'라고 부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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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금 의아합니다
아간이 명령을 어기고 재물을 편취한 사건은 아이성 전투를 나가기 이전이었습니다 그리고 6장은 물론 그 성의 노략물에 손을 대지 마라는 암시가 있기는 하지만, 아간의 범죄에 대한 하나님의 대응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얇팍한 생각으로 어찌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겠습니까만은, 하나님이 아이성 전투 이전에 아간의 죄를 다스리시지 않은 이유가 불만스럽습니다
그런것도 모른채 아이성에 올라갔다가 숨진 36명의 목숨이 억울하기만 합니다 아간 한 사람의 죄를 다스리시기 위해 애궃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세우셨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혹시나 아간의 범죄가 아닌, 이스라엘 공동체를 다루시는 이유가 있지는 않았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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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3절이 힌트가 될 것같습니다 여호수아는 아이성 전투를 준비하며 정탐꾼을 보내었고 그들이 돌아와 전한 보고가 4절입니다
"여호수아에게로 돌아와 그에게 이르되 백성을 다 올라가게 하지 말고 이삼천 명만 올라가서 아이를 치게 하소서 그들은 소수이니 모든 백성을 그리로 보내어 수고롭게 하지 마소서 하므로"
그리고 4절은 백성중에 정탐꾼들의 말대로 삼천명이 아이성에 올랐음을 보여줍니다 그 결과는 앞서 이야기했듯 패배의 쓴잔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좀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정탐꾼들의 보고와 이어지는 4절 사이가 간격이 너무 좁게 보입니다 이랬는지 저랬는지 평가나 의논하거나 결정하는 등의 과정이나 내용도 없이 급하게 그들이 삼천명을 아이성에 보냈다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무언가가 빠져있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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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간의 범죄는 그가 얼마나 큰 재물을 가로챘느냐에 있지 않습니다 바늘 한개라도 하나님을 속이고 그의 말씀을 속였다는 것이 '죄'였습니다 그렇게 두고 보면 거룩하고 의로운 채하면서 신앙생활하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이 두렵기만 합니다
하나님 말씀을 속였다는 것, 그것은 하나님 말씀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만큼도 가치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지금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에게서도 이런 모습이 보입니다
성서기자가 아이성에 대한 그들의 평가나, 전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그들의 전략에 이르기까지 짧은 3, 4절로 압축된 데에는 하나님의 말씀과 그분의 뜻은 무시되고, 철저히 자신들의 뜻과 생각이 앞선 전쟁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이스라엘은 전쟁에 능하신 여호와, 그들의 왕되신 하나님 백성 공동체입니다 그들의 어제까지의 걸음과 역사는 하나님이 이끄시고 인도하신 그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겨져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이성 전투에 나서면서 그 신앙? 좋았던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뜻앞에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아이성을 향해 달려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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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고 보니, 아간의 죽음은 공동체 전체의 허물을 다스리시기 위해 사용되었던 아픈 채찍질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간의 죽음 앞에 이스라엘은 떳떳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스스로의 죽음의 자리였을 수도 있는 아간의 시체위에 돌무더기를 쌓아 올리고 있지 않았을까요 ?
누군가를 향한 날선 우리의 잣대가 나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기억해야한다는 가르침은 성경 곳곳에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제 자신의 깨끗함에 취해있곤합니다
또한 제 생각에 옳은 대로, 혹은 공동체의 생각의 정의에 취해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채 다른 이들을 죽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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