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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을 일구는 힘
    목회 일기 2017. 6. 21. 12:10


    무언가를 키우면 손에 잘 붙는 편입니다 짐승도 그렇고 식물도 그런편입니다

    한 두주 피고 지는 화초도 달을 넘기며 피워내기도 합니다 그러니 퍽이나 재주가 있다 생각해왔는데, 이런 오만함이 경외감으로 뒤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녘교회 예배실에는 창이 있지 않아 식물들이 해를 받을 수가 없고, 공기 흐름이 없어 환기도 어렵고 답답하기에 식물 키우기는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예배를 드리고 나면 물을 주고 하나씩 계단으로 내 놓아야 하고, 또 다시 예배실로 들이고의 수고를 반복해야만 합니다 

    그러니 잘 키워낼 수 있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사랑과 돌봄 때문이었겠지요

    으레 쉬이 죽이지 않고 잘 길러내는 편이라 내심 흐뭇하기도 하고 으쓱하기도 하던 차에,

    생명이 간직하고 있는 기적같은 이야기들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버리는 요즘입니다


    큰 화분 밑에서 자라느라 눈여겨 보지 못해 고사된 작은 화분 하나가 있었습니다

    화분을 비워내고 새로운 녀석을 심으려 분갈이를 하고 나서, 뽑아낸 것은 버린 줄 알았는데

    아내가 마르고 썩은 줄기 위를 꺽어내고 작은 화분에 하나씩 두개를 심어두었더군요


    괜한 수고라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어느날 아침 새벽기도를 마치고 교회 문을 닫는 순간 아내가 놀라움에 소리를 칩니다 무엔일인가 ? 고개를 들밀어 보니 '죽어 말라 비틀어져버린 것 같던 줄기에서 푸릇한 작은 움이 돋아 있습니다


    애를 쓰며 움을 돋아낸 녀석이 기특하고 대견해 보입니다 마치 '여기 아직 살아있어요' 라고 힘차게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벌써 몇 주간이 지나갑니다 

    새벽기도를 위해 교회로 나올 때 마다 저희 부부에게 새로운 습관이 생겼습니다

    하루 애쓰고 수고하며 생명을 길어올린 녀석이 대견해서 아침 인사를 나눕니다


    '기특하다 수고했다 고맙다...'


    우리 눈에는 죽어 있지만,

    주님은 살려내시는 분이심을,

    우리는 실수하고, 알지 못해, 또는 내 욕심에 생명을 해치며 살아가는데,

    주님은 작은 생명 하나에도 그 손길 거두지 않으시는 분임을 보게 됩니다


    마른 나뭇가지 같은, 이미 소망이 없이 죽어버린 것 같은 삶에도 생명의 영이신 성령이 함께 하시니 살아나겠지요 ? 

    우리 사는 삶의 공간이, 더불어 사는 이들이 주님 손에 붙들려 그렇게 푸르른 생명의 흔적 드러내는 날을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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