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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을 밝히는 성례 ...
    목회 일기 2017. 2. 14. 09:42




    2017년 수련목회자 영성수련회 2주차 둘째날 ...


    1

    이번 수련회 가운데 맡은 사역이 있습니다 잡다한 것으로 비롯해서, 전도사님들이 강의를 잘 듣고 참여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감독하는 일도 맡고 있습니다


    슬며시 강의실에 내려가보면 피곤에 지쳐 졸고 있던 전도사님들도 움찔하고 놀랩니다 선배됨의 자리를 즐기고 싶은 마음 전혀 없으니, 무서워하고 지레 겁먹게 만드는 사역이 그닥 달갑지 않습니다


    유독 이번 수련회 기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시간은 기도회와 강의를 준비하며 다 타버린 초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불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곳을 가득 메우고 있던 낮동안의 생명력과 분주함이 모두 사라진 이른 아침,

    고요한 강당은 말 그대로 짙은 어둠만이 지배하는 땅이 되고 맙니다 


    2

    하지만 추운 공기를 헤치고 내가 그곳을 찾는 순간 상황은 전혀 다르게 바뀝니다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고 정성스레 주님의 발을 씻기는 마리아의 마음으로 초에 불을 밝힙니다


    작은 초 하나이지만 이 손을 통해 불이 전해지는 순간 어두운 강당은 아늑하고 푸근한 하나님의 품으로 새롭게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꺼저버린 초를 새것으로 바꾸고 새로운 빛을 일구워내는 이 일이 거룩합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3

    다 똑같은 초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떤 것은 겉은 멀쩡한데 심지가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불을 붙이자 마자 심지가 몽땅 타버려 불이 붙지 않는 녀석도 있습니다


    재미난 것은 다 타버린 것도, 새것도 아닌, 뜨거운 불 담았다가 중간쯤 타들어간 초가 불이 잘 붙는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 주님 손에 들리워진 내 삶이, 주님 손에 들리워진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정체성이 이와 같을 수 있다면 ...


    주님 손에 들리워, 아낌 없이 제 몸 태워 어둠을 밝히는 존재 !


    그러니 나는 새것처럼 번드르하지 않다고, 나는 볼품 없다고 투덜대거나 낙담할 이유도 없는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4

    오늘도 주님은 이 타다 말은 것 같은 내 생명에 불을 일구고 다시금 생명을 담아주고 계시다는 생각에 이르자, 초라한 불이라고 볼메어 있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또 그런 타다 만 초같은 나를 붙들고 계신 주님이 감사하기만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아무리 초라해도, 이제 남은 심지 얼마 없어도, 주님 손이 닿아 있으니 복됩니다


    빛 되신 주님앞에 무릎 꿇듯 오늘도 어둠을 밝히며 초를 밝히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거룩한 성례이기만 합니다


    작은 일, 볼품없는 일 없습니다 주님은 그 무엇으로도 생명을 담으실 수 있으시니 말입니다


    그러니 볼품없는 것, 부정한 것이라도 언제든 거룩한 성례가 될 수 있습니다


    타다만 초가 빛을 담는 생명이 되었으니 그러하고, 그 초를 통해 주님이 어둠을 밝히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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