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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침뱉기 !?목회 일기 2017. 8. 1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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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시즌입니다 교회 마다 성경학교를 비롯해서, 각종 수련회로 뜨거운 여름 보다 더한 열기를 불태우는 기간입니다
교회에는 여러 부서가 있습니다 특히 여름 시즌에 가장 바쁜 부서는 교회학교일 것입니다 52주 1년의 시간속에서 학생들과 교사가 한데 어우러져 집중적으로 말씀을 양육할 수 있는 시기로서 여름은 참으로 중요한 기간임은 분명합니다 또 이 여름은 선교적 방편으로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잘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요즘은 자꾸만 마음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우리의 이 여름이 과연 얼마나 진실하고 정직한지에 대한 의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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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름시즌은 교회적으로도 영적, 인적, 물질적 자원이 상당히 많이 투입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치 일년의 교회의 사역과 역량이 이 한 시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재원을 아끼지 않고 사용하는 우리의 모습속에, 아이들을 은혜 받게 하겠다고 하는 우리들의 노력속에, 과연 사람이 보이고, 주님이 보이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니, 보다 정직한 질문은 과연 이것이 주님의 방법인가 ? 입니다
해마다 한편에서는 섬길 손길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을 데려다 채우라고 채근합니다
우리의 여름은 왜 존재할까요 ? 1년 365일의 우리의 삶은, 52주의 우리의 예배는 무엇이기에 우리는 이 여름에 모든 것을 걸고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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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준비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문득 성경학교를 위해 에드벌룬과 거대 인형으로 출입구를 장식한 규모가 있는 교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들을 데려다가 채우기 위한 열심이 아닌 안스러운 몸부림으로 경험되는 것은 왜 일까요 ? 저것을 보고, 간식을 찾아, 선물을 받으려 찾는 아이들이, 며칠 후면 또 다른 교회의 성경학교에서 발견되는 현실이 씁쓸해서 였을까요 ?
비단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경학교 뿐만 아닙니다 청년들 캠프나 장년층 선교대회도 마찬가지 입니다 1년 52주 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던 ‘사람’ 무례함과 무관심과 외면속에 잊혀졌던 이들을 왜 이때는, 이 시즌에는 잃은 영혼이고, 귀한 영혼이라면서 그렇게 사람을 찾습니다
아이들은 먹을 것, 선물에 마음을 사지만, 이쯤 되면 하늘이 열리는 은혜와 성령의 불같은 은사가 대가로 제시됩니다 세련되어 보이는 정도의 차이일 뿐, 동일한 해프닝입니다
직장도, 사정도, 이 시즌 만큼은 희생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렇지 못 할라 치면 믿음이 없다고 나무라고, 우리와는 다르다고 외면하고 손가락질 해 버립니다 그리고 또 그렇게 잊어 버립니다 또 그렇게 사람을 버립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이런 영적 소비를 반복하는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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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있는 교회는 할당량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몸부림 치는 강압과 초조함과 경쟁에 시달리고,
규모가 작은 교회는 교회대로 이런 기회를 통한 성장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함께 하는 ‘사람’이, ‘우리’가 목적이라면, ‘하나 됨’이 목적이라면 이 여름, 그 요란함을 그렇게 드러낼 이유는 없습니다 이 시즌에만 모여서 소리지르고 악을 쓸 필요? 없습니다 주님이 이 시즌에만 은혜를 주시고, 성령이 이 시즌에만 은사를 나타내시는 분은 아니시니 말입니다
이 시즌에만, 그 모임에만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이란 말일까요 ?
그런식의 예배만 임재가 있는 예배라면 나머지 52주의 주일 예배는 우리에게 대체 무엇일까요 ?
아무리 아니라고 변명해 보아도 사람들에게 알리고, 보여주어야만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성장과 세의 과시에 대한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아니라고 변명해 보아도, 수치의 노예가 되고, 과시에 물든 자화상을 지울 수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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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를 하고, 보고를 합니다 우리가 이 만큼 해냈다는 자리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목표인원이 채워지지 않거나, 은사 체험이 없으면 발표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주눅이 듭니다
이 시즌이 지나고 나면 년말에는 보지 못할 이들 채웠음이 자랑이 됩니다 이런 것들을 해냈고, 이렇게 즐거웠고, 이렇게 대단했다고 보여줘야만 합니다
대체 하나님의 은혜는 어디에 있습니까 ?
‘방언’을 받은 것이, 가슴이 뜨거워진 것이, 사람이 많이 참여한 것이, 그래서 무엇을 바꾸었을까요 ?
그렇게 은혜 받은 시즌인데, 여전히 사람이 밉고, 여전히 욕망의 노예가 되어 있고, 여전히 불의함에 눈을 감고, 여전히 나 밖에는 모르는 이기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것은 왜 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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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하는 감리교 목회자들의 모임에서, 한 어머님의 말씀이 아직도 가슴을 후벼파는 것처럼, 아프게 남습니다
‘이제 곧 여름 사역에 모두가 얼마나 바쁘실까요 ? 저도 교회에서 여름이면 참으로 바쁘고 열심히 섬겼습니다 그런데 … 온 정성과 에너지를 쏟는 그 여름이 무엇을 바꾸었나요 ? 교회의 그 열심이 우리 아이들을, 사람을,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나요 ?
이 여름 무더위 가운데 집을 잃고 버려진 이웃들이 있습니다 적어도 함께 모여 그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신앙 공동체였으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무언가를 해내야한다는 강박증이 아닌, 사랑이 경험되고, 은혜가 나누어지는 여름이 그립습니다
아, 왜 우리들 교회의 여름 시즌에 사람이 보이지 않을까요 ?
그래서, 자꾸만 교회의 여름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자꾸만 목사로 서 있는 여름이 불편합니다
무더운 이 밤, 내일의 예배에 소망을 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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