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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목사로 살아가는 이유 ...목회 일기 2018. 3. 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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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신대원에 입학했던 이후로 한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왜 신학을 공부하는가?’ 에 대한 뾰족한 답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허기사 신대원 입학에 거창한 부름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뜻대로 되지 않고 엉망으로 뒤 엉켜가는 생에 지쳐있던 어느날, 주님 뜻대로 살겠노라는 마음에, 그렇다면 신학이란 한 걸음이라도 걸어갈 수 있겠는가? 라는 물음이 다가왔고, 치기어린 반항기가 이끄는대로 나아간 걸음이었으니 문득 문득 과연 이 걸음의 끝은 어디일 것인가라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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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수련목을 마치고 때가 되고? 교회를 개척을 한 이후로 새로운 질문이 계속되었습니다
세상에 이처럼 많은 교회가 있고, 이처럼 많은 목회자가 있는데 ... 내가 목사가 될 이유는? 이 교회가 이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라는 명분과 목회 철학에 대한 물음이기도 했습니다
그 동안의 목회 시간을 거쳐오면서 수 없이 많은 이유와 명분, 가치들이 스쳐지나갔고, 어떤 사람들, 어떤 교회 공동체의 모습들이 언제나 내가 서 있는 목회의 자리에 왜 그곳에 서 있느냐?고 말을 걸어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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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 목회가 생존이라는 걸림돌이나 수단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소박한 바람이 성장과 소위 말하는 부흥이라는 가치와 갈등했었고, 단단했다 자부하던 신념은 어느새 비교의식과 열패감에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마땅히 지향하며 나아가야할 교회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과 조급함이었습니다 이웃들과 함께 하는 교회, 그들에게 아낌없이 사랑하고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 라는 질문에 몇해간의 나의 목회는 아무런 답을 못해주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역량을 발휘하며 역동적 사역을 이어가는 분들을 바라보면서 왜 나는 목사로 서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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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지내면서, 함께 하는 성도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주어진 목회의 자리가 새롭게 해석되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잘 양육하고, 이들의 질곡이 가득하고 아픔과 고통, 절망과 눈물에 얼룩진 삶에 하나님 나라의 구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일, 이들의 옆에서 함께 지지하고 돌보아 주는 것, 이 아픈 영혼에 안식을 전해주는 것이 주어진 목회의 자리라는 마음이 듭니다
지쳐있는 이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좌절하는 이에게 소망의 마음을 전하고, 고통과 아픔 가운데 있는 성도에게 함께 아파해주고 회복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주는 것, 자칫 불안에 짓눌릴 수 있는 상황을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도록 권면해 주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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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세상을 향해 적극적으로 섬김의 사역을 이어가는 분들이나, 선교를 감당하시는 분들에 대한 부러움이나 조급함이 슬그머니 사그러집니다 한달란트 받은 것에 감사하면 되는데, 한 달란트의 의미를 귀하게 사용하면 되는 것인데 말입니다
한 사람 때문에 교회가 여기 서있어야 하고, 그 한 사람 때문에 내가 목사인 것인데,
무엇을 해서 교회다워지는 것이 아니라, 교회이면 되는 것인데,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 가가 아니라, 행복한 목사, 행복한 목회의 자리이면 되는데 말입니다
역시 사람은 ...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이 맞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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