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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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밝히는 성례 ...목회 일기 2017. 2. 14. 09:42
2017년 수련목회자 영성수련회 2주차 둘째날 ... 1이번 수련회 가운데 맡은 사역이 있습니다 잡다한 것으로 비롯해서, 전도사님들이 강의를 잘 듣고 참여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감독하는 일도 맡고 있습니다 슬며시 강의실에 내려가보면 피곤에 지쳐 졸고 있던 전도사님들도 움찔하고 놀랩니다 선배됨의 자리를 즐기고 싶은 마음 전혀 없으니, 무서워하고 지레 겁먹게 만드는 사역이 그닥 달갑지 않습니다 유독 이번 수련회 기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시간은 기도회와 강의를 준비하며 다 타버린 초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불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곳을 가득 메우고 있던 낮동안의 생명력과 분주함이 모두 사라진 이른 아침,고요한 강당은 말 그대로 짙은 어둠만이 지배하는 땅이 되고 맙니다 2하지만 추운 공기를 헤치고 내가 그곳을 찾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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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에 엘레이에송 ....목회 일기 2017. 2. 10. 09:34
'키리에 엘레이에송' ... 주 예수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어느새 슬그머니 생각속에 들어와 그것이 사실이라고, 그럴 수 밖에는 없다고 판단하고 정죄하는 교만함이 ‘나’ 자신이 되어버렸음을 보는 괴로움 … 내가 설교하면, 나의 인품이나, 나의 친절함으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던 터무니 없는 오만함과 그럼에도 사람이 변화되지 못하는 것은 나의 문제가 아닌, 그 사람의 완악함과 그릇됨 때문이라고 정의를 내려버린 채 자신의 변화를 거부하던 가시들… 오늘 내가 그를 만나게 됨은 하나님이 바라시던 목적있음일텐데, 그 이유를 도무지 알지 못하는 답답한 우매함 ! 여전히 사랑하라시는 주님 앞에서 자신을 감추고 의연한 척하는 거짓된 가면들 !하나님의 부르심에 자신을 감추려 애쓰던 아담과 하와처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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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은 기적을 발견할 때 찾아온다목회 일기 2017. 2. 9. 10:04
짙은 어둠을 뚫고 찾아오는 매일의 아침은 평범한 일상입니다 그러나, 그 아침을 내가 맞이할 수 있음은 더 없는 은혜입니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있는 매일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 그 일상을 내가 맞이할 수 있음이 기적이며, 내가 그 일상안에 숨쉬며 살고 있음을 발견해 낼 수 있는 것이 은총입니다 이 아침...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한줄기 따스한 햇살 속에서 은총을 발견할 수 있으니, 참으로 감사할 것이 많은 아침입니다 새벽을 깨우는 기도의 시간은 하루를 여는 시작으로서의 자리가 아닌, 오늘 하루 내게 은총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응답을 맞이하는 시간임을 깨닫습니다 - 2017년 기독교대한감리회 수련목회자 영성수련회 4일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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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된 존재... 소금된 사람 ...목회 일기 2017. 2. 3. 10:02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하느님을 살해해서는 안 된다" - 소설가 박완서 .... 카톨릭 신자로 알려져있는 소설가 박완서씨의 외침입니다펜을 잡은 작가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저 고독한 외침이 처연하게 들려오는 오늘입니다 작가가 만나고, 오늘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위상이 무엇이기에, 하나님을 살해하는 것이라는 거북하고 난감한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일까요 ? 마태에 의하면, 예수께서는 공생애의 첫출발을 산위의 가르침으로부터 시작하셨습니다 율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요, 새로운 설교이자, 말씀이 선포되는 자리였습니다 '빛과 소금'의 명제는 빛과 소금처럼 살라는 요청이 아닙니다마태복음 5장에서 예수는 '너희는 세상의 빛처럼 살아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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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의 소망 ...목회 일기 2017. 1. 29. 20:06
작년 2016년 10월, 12월 한달 보름을 두고 태어난 귀한 생명들 ~! 민혁이와 태하... 엄마들도 친구 사이더니, 태어난 2세들도 형, 동생이 싫어 친구로 만났습니다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 누군가의 고백은 참으로 사실입니다 바둥거리는 이 작은 생명들은 가녀리고 연약하지만 가장 고귀한 평화가 맺혀있습니다 내일에 대한 두려움과 암담함 속에 힘들어하던 동녘교회의 지난 겨울을 지나 우리 곁에 찾아온 두 생명은, 가장 극심한 겨울의 추위를 뚫고 피어오르는 꽃망울속에서 만나게 되는 봄의 소망을 품게 해줍니다 2017년 한해... 이 아가들이 동녘교회의 소망이됩니다 이 아가들이 세상을 밝히는 우리들의 소망이 되어주기를 빕니다 자비로우신 주님 우리 누리는 이 평화를 지켜주시옵소서 은총을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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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일기) 단상, 그리고 긴 상념목회 일기 2016. 12. 29. 11:13
알 수 없는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힘처럼, 무력감이 몰려올 때가 있다 무언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려는 강박과 조급증의 간극에서 어느 순간 슬며시 올라오는 무력감은 늘 낯설고 갑작스럽고, 그래서 당혹스럽기만 하다 정현종 시인의 시가 마음을 헤짚어 놓는다 '사람 사이에 섬이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사람 사이에서 부데끼며 허허로운 웃음짓던 일상을 누군가 멈춰세운듯갑작스레 찾아와 조우한 무력감의 순간에,나는 차원의 문이라도 열린듯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섬'을 보고 말았다 부산하고 복잡한 그래서 밀림처럼 사람들이 느껴지는 그 곳에서고도처럼 홀로 서 있는 '섬'을 보고 말았다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시끄러운 소리만 지르다 떠나가는 갈매기가 떠나고 나면,제말만 지껄이는 '파도'의 이야기만 남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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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하시는 하나님목회 일기 2016. 12. 13. 23:07
12016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웁다 올해도 역시나 한해가 끝나가는 12월에 들어서야 지나온 시간속에서 의미를 찾는 마음이 바빠지는 것을 보면서, 사람 참 변하지 않는구나! 싶다 올 한해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버성김이 컸던 시간이었다 년초에 가졌던 꿈이나 바램은 늘 깨어져가는 파편처럼 아프게 다가왔다현실이 기대처럼 따라주지 않는 것이야 그런 것이 살아감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일 텐데,아프고 힘들었던 것은 '무의미'와의 싸움에 지쳐가는 나를 지탱하는 것이었다 2원채 누군가의 평가나 평판에 흔들리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올 한해의 시간은 그런 나 자신과는 어색한 모습을 자꾸만 대면해야했다하나의 길을 향해, 올곧게 지내온 시간들이 설득되어지고 인정받기 보다는, 도리어 오..